- 1년 8개월 감사 끝에 결론 내려
용산 대통령실 전경. [대통령실 제공] |
(서울=포커스데일리) 문성준 기자 = 최근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한 건축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를 다수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의결했다. 감사원은 다음 주 중으로 대통령실에 '앞으로 건축 공사를 계약할 때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라'는 취지의 '주의 촉구'가 담긴 감사 결과를 통보하는 한편, 감사 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이전하기로 하고, 2022년 3월에 용산의 국방부 신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4월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삼기로 결정했다. 집무실은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옮겨졌고, 관저에서는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 부부는 2022년 11월 관저에 입주했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이 직권을 남용해 특정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등의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 '직권남용 등 부패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이 이전 비용을 실제보다 축소했고, 이전 예산을 불법으로 편성·집행했다는 의혹 제기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리모델링 공사 등을 맡길 민간 업체를 선정해 수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으로서 지켜야 하는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지점이 여럿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계약법과 관계 법령에는 국가기관이 민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지켜야 하는 절차와 순서, 형식이 상세히 규정돼 있는데, 대통령실이 이전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러 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업체 선정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에서 공사 계약을 따낸 업체의 하청을 받은 업체 가운데 무자격 업체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무자격 업체가 일부 시공을 맡은 것과 관련해, 원청 업체는 물론 대통령실에도 일부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자격 업체의 공사 참여로 인해 시설에 안전이나 국가 안보상 취약점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은 경호처 간부 A씨가 대통령실 청사 등의 방탄유리 시공 계약을 지인 업체가 따낼 수 있게 돕고, 이 업체는 공사비를 부풀린 허위 견적서를 제출했으며, 그대로 공사비가 집행돼 10억원 넘게 국고 손실이 초래됐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에 대해 1년 8개월간 고강도 감사를 벌인 끝에 이런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대통령실의 공사 계약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은 공사 계약 업무를 한 공무원은 물론, 공사를 수주한 민간 업체 관계자들까지 이례적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성준 기자 sjmdaily@i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