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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선비들의 재테크 "선비도 먹고 살아야지"

기사승인 2021.08.03  16: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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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화식전' [사진제공=한국국학진흥원]

(안동=포커스데일리) 홍종오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일, “선비의 재테크(財tech)”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를 발행했다. 선비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으나 선비도 식솔들을 먹이고 가문과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해서 재산을 합리적으로 경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웹진에서는 가족과 가문 일족의 생계를 걱정하고, 지역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선비들의 재테크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 어디쯤 '적당함'의 대표 '뽕나무'

강선일 작가의 "조선 선비들의 슬기로운 화식(貨殖) 생활 - 뽕밭에서 재테크의 교훈을 얻다"에서는 조선의 선비들이 왜 뽕나무를 심으려 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선비가 청빈(淸貧)한 삶만을 고집했다면, 그 많은 가솔을 거느릴 수 없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글공부를 할 수 없었다.

작가는 식니당(食泥堂) 이재운(李載運, 1721~1782)이 쓴 '해동화식전(海東貨殖傳)'을 빌어 설명한다. 제목 중 화식(貨殖)은 현대용어인 재테크에 견줄만한 ‘재산을 모으고 늘린다’라는 뜻이다. 부의 특징을 전면화하고 아홉 명의 거부(巨富)의 일화를 소개한 이 책은, 소위 ‘부자 되는 길’을 알려주는 당대의 재테크 서적이다. 사회적 통념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와 부자를 찬미할 뿐 아니라, 떳떳하게 부를 추구하며 상행위를 인정하자고 제언하기 때문이다. 아홉 거부의 사례에 비추어 ① 치산(治産)을 잘해 재물을 늘리는 것, ② 아끼고 절약하는 것, ③ 변화를 일으켜 형통하는 것, ④ 고생을 참고 근면하게 형통하는 것 등 제시한 화식 방안이 당대에는 학문적 영향력은 적었으나 조선 선비에 대한 현재 우리의 시각을 전환하기에는 충분하다.

처지가 곤궁하면 학문을 익히고 실천하기가 녹록치 않으므로 선비들은 유학적 가르침과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며 ‘적당한’ 치산의 방안을 궁리해야 했다. 부동심(不動心)을 갖고 온전히 경제 활동에 뛰어들지 않는 적당함.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유배지에서 제갈공명이 은거할 때 뽕나무를 심은 것에서 깨달음을 얻어, 그의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뽕나무를 심어 키움으로써 생계를 이어가라’라는 내용을 담았다. 제자들에게도 과일과 채소를 기르고, 양잠하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제안했다.

땅을 사고자 벌 키우고, 먹고 살고자 닭 키우고

박영서 작가는 'CEO 김 생원의 운수 좋은 날'에서 재테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 생원의 이야기를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풀어낸다. 닭장을 쳐서 그 병아리 마릿수와 달걀 개수를 매번 헤아리고, 병아리를 해치는 개를 쫓아낸다. 일 년 내내 애지중지 벌을 키워 얻은 꿀을 서울보다 시세를 더 쳐준다는 함경도까지 시종을 보내 꿀을 팔게 보냈는데 곧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감출 길 없지만, 선비가 돼서 시문에는 관심 없고 살림에만 사활을 건다는 소문이 돌고부터는 정말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가 벌을 키운 건 십 수 년 전부터 눈독 들인 땅을 사기 위함이었지만 속내를 누구에게도 내비칠 수 없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참석한 문중 회의에서는 선비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굶주림을 못 이겨 문중에 먼저 보고하는 법도를 무시하고 관청에 먼저 고한 서얼 출신을 벌하기보다는 '논어(論語)'에서 이른 충서(忠恕)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아량을 베푼다.

작가는 선비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통념과는 달리 가족과 가문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합리적으로 경영할 의무가 주어져 있었던 모습을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히 묘사했다.

매 하나 잡으려다 닭 다섯 마리 잃기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 – 거저 크는 돈나무'에서 오희문(吳希文)의 일기 '쇄미록(瑣尾錄)' 속 매 이야기를 웹툰으로 소개한다.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오늘날에도 동물, 식물, 곤충 등을 기르는 사람들이 있듯이 매를 바라보는 선인들의 마음과 고충 등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매를 잡기 위해 그물을 쳤지만, 미끼로 쓰는 닭만 5마리를 잃은 채 허탕 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신에게 제사까지 지내 멋진 매를 잡았으나 집안에는 길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매를 맡겼다. 하지만 맡아준 사람이 본인 실속을 차리는 것에 화가나 결국 데려왔으나 먹이를 먹지 않아 속앓이한 후 비싼 값에 파는 등 조선 시대의 매가 가진 높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달의 일기-거저 크는 돈나무(만화: 권숯돌).

치부(置簿)는 치부(恥部) 노블레스 오블리주만 칭송받는 세상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괴물이 오기 전에'에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하는 지인들과의 수다의 결론은 누가 당선되어야 나의 재산권이 잘 지켜질 것인가가 결정적 판단 근거라는 사실을 씨앗으로 글을 펼친다.

현대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동법’을 시행하려는 광해군과 저항하는 사대부들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오고 갔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언급하며 왜 그리 오래도록 논란의 중심이었는지 알만하다고 전한다.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고 이를 ‘우물 정(井)’ 자로 나누어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정전제를 주장한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속 ‘in 서울’에 대한 집착을 보면, 그 역시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보통 아버지라고 말한다.

혹여 벼슬에서 물러나더라도 한양 근처에서 살며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사대부 집안의 법도이다. 내가 지금은 죄인이 되어 너희를 시골에 숨어 살게 했지만, 앞으로 반드시 한양의 십 리 안에서 지내게 하겠다. 분노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먼 시골로 가버린다면 어리석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칠 뿐이다.

"혹여 벼슬에서 물러나더라도 한양 근처에서 살며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사대부 집안의 법도이다. 내가 지금은 죄인이 되어 너희를 시골에 숨어 살게 했지만, 앞으로 반드시 한양의 십 리 안에서 지내게 하겠다. 분노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먼 시골로 가버린다면 어리석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칠 뿐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저, 박석무 편역, 창비출판사 발췌)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 등장하는 이조정랑 송씨는 인사권을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 덕분에 치부가 매우 용이하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라에 역병이 들자 특별히 역병을 치료하는 약재인 삼두음을 사서 창고에 모은다. 송씨의 딸 사희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크게 실망한다. 미디어에서는 재물을 탐하고 치부하는 사대부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나라의 재정이 부실해, 녹봉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 사대부 또한 생활인으로서 가족과 친척, 노비 등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나무판에 새긴 이름, 편액'에서는 안동 김씨 집성촌인 사촌마을에 있는 퇴계 이황의 제자 만취당(晩翠堂) 김사원(金士元, 1539∼1601)이 건립한 만취당(晩翠堂)의 편액을 소개한다. 임진왜란 시 선비로서 의병을 일으키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창고를 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김사원은 권력이나 재력보다는 학문하는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두고 살며 어려운 이들에게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태도를 몸소 보여주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제7회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 공모전 - 최종 8팀의 오리엔테이션 현장 스케치’를 담았다. 전국 44개 대학교 63개팀이 지원하여 최종 8팀이 선발되었고, 경상북도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2박 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가 전환된 아이스브레이킹, 선성현문화단지와 도산서원을 답사하고 팀별 회의와 역사 자문, 기획서 작성 교육과 발표 등의 과정을 스케치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공병훈 교수는 재테크(財tech)란 “생산과 소비, 소득과 부의 분배라는 경제 활동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이며 개인과 가정을 성장시키는 기본 방법”이라고 언급하며 “상업과 유통은 조선 사회를 운영하는 주요한 체계”였으므로 조선시대 재테크 기록을 통해 그 지혜를 배워보자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8권을 기반으로 한 6,10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홍종오 기자 focusdaegu@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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