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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신년사 무색케한 검찰의 과잉·부실수사

기사승인 2020.01.01  17: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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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공수처 법안이 통과해 검찰의 기소독점권 유지가 힘들어진 가운데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윤석열 총장이 지난 31일 2020년 1월 2일 대검찰청 신년다짐회에 앞서 '검찰 가족 여러분'에게라는 신년사를 배포했다.

통상 전직 검찰총장들 역시 신년사를 미리 배포했지만, 전날 공수처 법안 통과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기소가 이뤄진 날 배포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윤 총장은 신념사를 통해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신년사는 '언론플레이'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할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만큼 일부에선 더 비중 있게 다뤄줬다.

일부 언론들은 공수처법 논란 이후 처음으로 신년사 형식을 빌려 나온 윤 검찰총장의 일성은 "의미심장했다"고 운을 떼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매체에선 "윤 총장이 공수처법 최종안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불만 등 다중적인 함의를 담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거들어줬다.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하지만 이런 윤 총장의 신년사에 다양한 평들이 이어진다. 특히 조 전 장관의 기소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한 줄 정도의 메시지는 담겼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눈이 띈다.

지난 해 후반부터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조국 가족 수사가 검찰권의 남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한민국의 권력 서열 1위는 윤석열'이라는 세간의 비평에 뒤 돌아보는 메시지는 내놨어야 한다.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며 검찰이 언론에 밝힌 혐의는 무려 12가지에 달한다. 

윤 총장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언론을 틀어막아서 그렇지 결과를 지켜보라며 큰 소리쳤던 그 혐의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늗다.

새롭게 검찰이 혐의라며 언론플레이를 해댄 게 고작 조 전 장관이 아들이 다니는 미국의 대학 온라인 시험을 대신 봐줬다는 혐의다. 

설마 아들 온라인시험을 함께 풀었다거나 그것도 '오픈북' 시험을 대신 풀었다는 검찰의 소설 같은 언론플레이를 믿는 시민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늘 그럴 듯 검찰발 하명기사를 받아 적는 언론들은 함께 풀었다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로 단정 짓고 바다 건너 미국에 있는 대학의 업무방해혐의까지 걱정하고 거들어준다. 

이쯤 되면 구속영장 기각과 공수처 설치법 통과에 대한 검찰의 보복성 망신 주기용 기소라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이른바 '묻지마 기소'로 재판에서의 유무죄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당초 기소 여부에 관심을 모았던 조 전 장관 아들과 딸은 입시 부정과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의 공모자로 적시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 총 600만원을 뇌물로 보고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청탁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역시 벌써부터 향후 재판에서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법조계 의견과 시민들의 분석이 나온다. 이미 정 교수의 공판에서 검찰이 법원에 혼났던 터라 더하다. 

이 대목에서 검찰은 박근혜 정권 시절 때부터 받았던 장학금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오른 이후부터만 떼어 내서 뇌물로 보는 신박함도 선보였다.

아니면 노 원장이 예지력이 뛰어나 조국이 권력의 실세인 민정수석이 될 줄 미리 알고 박근혜때부터 알아서 장학금을 줬다고 하면 또 모를까 말이다. 웃기는 얘기다.

이로써 조국을 잡으려던 검찰은 연말을 맞아 창고대방출 땡처리하고 손을 털려했을지 모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로 인해 윤 총장은 국민들에게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이 왜 필요한 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역사적 평가는 받을 만 하다. 

23년간이나 저항에 가로막혔던 검찰개혁법안이 지난해 후반 검찰의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의 부작용으로 인해 한 방에 해결됐으니 검찰조직에 충성했던 그로선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검찰의 인사권을 행사할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검찰의 한정된 역량을 올바르게 배분하지 못한다면 '과잉수사' 아니면 '부실수사'라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 구성원을 위해 내놓은 신년 메시지는 대국민 메시지이자 청와대와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로 언론을 통한 마지막 저항의 몸무림으로 들려온다. 

조국 잡기에 실패한 검찰은 이제 김기현 비위 의혹 제보 사건을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둔갑시켜 청와대에까지 칼을 겨누려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송병기 울산 부시장을 엮어 반전을 시도하려했던 꼼수는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며 이 역시 부실수사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윤 총장이 신년사에서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검찰 책무 완수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당일 송 부시장의 영장 기각이라는 맥 빠지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검찰의 칼은 무뎌질 대로 무뎌져 특수부의 그 날카롭던 칼이 연필깎는 카터칼날이 돼 쓰면 쓸수록 마디마디 똑똑 부려져 사라져간다.

이제 시간은 윤 총장의 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가 믿었던 언론들도 자충수가 지속되면 언제든 펜을 돌려 윤 총장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게 언론의 생리인 걸 모르나보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검찰의 기소 독점권도 곧 사라진다. 검찰도 죄 지으면 수사받아야 하는 날도 곧 머지 않았다.

2020년에는 윤석열 총장이 그가 그토록 충성하고 지켜내고 싶어 했다는 검찰조직의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내길 바란다. 제자리를 찾아가면 해결된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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