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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침묵하던 언론노조 뒤늦은 반성 "윤석열, 한겨레 고소 취하해야"

기사승인 2019.10.18  17: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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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포커스데일리 DB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두 달간 이어진 조국 사태와 관련 침묵을 지키던 전국언론노조가 18일 목소리를 냈다.

그간 언론의 보도행태에 분노를 일으켰던 국민들에게 외면 받던 언론이 이제야 목소리를 냈다는 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언론노조는 이날 입장을 내고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이제껏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자성의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국민과 언론노동자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사과를 구한다며 이른바 소위 조국 사태 국면에서 단 한 번의 관련 논평이나 성명도 내지 않은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노조는 성명에서 "최근 한겨레의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보도와 윤 총장의 고소, 17일 국감에서의 발언 이후 더 이상 침묵으로 책임을 피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는 1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지만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해당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 기자와 이와 관련된 이들에 대해 고소했고 검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윤 총장은 어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겨레가 취재 과정을 밝히고, 명예훼손이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1면에 보도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러 의원들이 나서서 검찰의 언론 고소가 옳지 않다고 지적했음에도 윤 총장은 고성과 함께 고압적인 태도로 언론을 길들일 태세로 맞섰다. 한 마디로 언론에게 무릎꿇으란 얘기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검찰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검찰 수장이 형사사건으로써 이번 보도를 고소한 것은 힘으로 언론을 제압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겨레 고소를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동시에 "한겨레의 이번 보도에 미흡한 점이 있고, 일부 과도한 표현이 사용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고백도 밝혔다.

그간 언론노조는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특정 진영에 이용되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껏 입장 발표에 신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MBC·SBS·YTN 등 주요 방송사를 비롯해 주요 일간지 등에 소속된 기자들은 검찰발 왜곡 기사들을 쏟아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서초동 검찰청 앞에 모여든 수백만의 국민들은 "진실보도", "기레기 아웃" 등을 외치며 검찰과 커넥션을 이뤄 조국 죽이기에 앞장섰던 언론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언론들은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1차에서 6차에 이르기까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 

심지어 이에 폭발한 국민들이 200여만명이 모여 서초동 일대가 뜨거웠음에도 300여명 모인 반대집회와 같은 비중으로 '맞불집회'를 보도하며 물타기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제도권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며 한투증권 김경록 차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찾아 KBS의 민낯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제 시민사회는 제도권 언론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언론들의 오보를 조목조목 팩트체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정보가 언론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론노조는 소위 제도권 언론사 소속 기자·PD 대다수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노조로서 눈치를 봐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과 함께 기득권을 누리던 제도권 언론들이 동맹을 맺어오며 믿었던 윤석열 총장의 위협에 허둥지둥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듯 언론노조는 "조국과 관련한 보도로 인해 언론에 실망한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번 성명을 계기로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이제껏 무심했던 고쳐야 할 관행을 돌아보고, 책임감 있는 스스로의 변화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동시에 "진실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기레기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언론노동자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언론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제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한마디로 만시지탄의 자성이다.

이번 주말에도 촛불을 밝혀든 시민들은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도 소리내 외칠 것으로 보인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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