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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정동병원이 17일 화제에 오르며 언론들의 보도 관행이 또 다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음에도 언론들의 조국 가족 죽이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언론들이 앞다퉈 기사를 쏟아낸 정동병원은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뇌경색 진단과 관련해 아무 관련이 없는 병원이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이 최근 검찰에 제출한 입퇴원증명서에 정동병원 것이 포함된 것인 줄 알았더니 심지어 그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17일 수많은 언론들은 정동병원이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뇌경색 진단서를 발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이 정동병원을 좌표로 찍어 언론에 흘려주고 언론들은 정동병원으로 우르르 몰려가 뇌종양 진단서를 내놓으라고 떼를 썼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언론들은 뇌종양 진단과는 아무런 관계도 정동병원을 콕 찝어 '정 교수 뇌종양 진단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마구 기사를 쏟아냈다.
이 보도 제목들만 봐서는 마치 정 교수가 없는 병을 만들어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든다.
정동병원 관련 안론 보도들/ 포털 다음 캡쳐 |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이란 단어는 지난 1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주진우 기자가 최근 알게된 소식이라며 진단사실을 전하며 불거졌다.
이후 수많은 언론들은 정 교수 측에서 "뇌종양 걸려서 수사 못받겠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며 검찰이 구속 영장 청구에 고심 중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정경심 교수의 건강 문제는 이미 지난 2004년 불의의 사고로 인해 두개골 골절을 당해 평상시에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왔다라고 SNS에서는 잘 알려진 상황이다.
따라서 '뇌종양을 이유로 들어 검찰 수사에 불성실하게 회피하려 한다.'라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문제는 정동병원에서 이날 공식 블로그에 "본원은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뇌경색 진단서를 발급한 바가 없다"는 해명을 올리며 "정경심=뇌종양 사실 아냐"로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전날 정 교수 측이 검찰에 제출한 뇌종양 진단서가 정형외과에서 발급됐다는 내용이 언론들에 보도된 후 정동병원이 발급기관으로 지목되자 해명에 나선 것이지만 기사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전날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파문이 확산되자 "정형외과는 정 교수가 여러 질환이 있어 협진을 한 진료과 중 하나"라고 분명히 밝혔다.
정 교수 변호인 측은 검찰의 입원한 병원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입원 장소 공개 시 병원과 환자의 피해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가리고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언론의 이 같은 마녀사냥식 보도에 피해를 본 정 교수 측 입장에선 이를 피하기 위해 병원명을 밝히지 았았다는 얘기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전날 "입원증명서가 가짜면 범죄"라며 "원본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병원이 화제에 오른 17일 조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 "해당 병원은 (정 교수가) 처음 입원했다가 (외부에) 노출된 병원이고, 이곳에서 MRI를 찍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럼에도 언론들은 정 교수 측이 거짓 병명을 꾸며낸다는 식의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논란은 이날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슈로 등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 교수가 추석 무렵에 정동병원을 간 거 아니냐"며 "제 생각에는 아닌 건 아니다라고 검찰이 밝힐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 교수가 허위 진단서를 떼서 검찰을 속이려 했다는 마구잡이 보도가 나오는데 검찰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에서 여러 번 지적됐던 언론들의 호들갑은 이번에도 엉뚱한 우물가에 가서 숭늉 내놓으라고 한 것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이 적당히 흘려주고 언론이 '정경심 위조'라는 무지막지한 프레임을 조작했던 망령이 다시 되살아나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문제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