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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알릴레오 진실게임, 검찰-언론 동맹에 '경종'

기사승인 2019.10.12  12: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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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8차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오후 3시경부터 반포대로를 가득에우고 있다. 2019.10.05 최갑수 기자 focusgw@ifocus.kr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문제의 본질은 뒷전으로 물러난 채 또 다른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알릴레오의 본질은 그간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한투직원 김경록 차장(이하 김PB)이 전하려했던 사실들이 언론에 의해 정 교수의 혐의 부분만 왜곡 확대 재생산된 보도들이다.

문제의 본질은 김PB가 '그게 잘 못됐다. 기존 언론 믿지 못하겠다'고 해 기존 언론을 빼놓고 알릴레오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유시민 이사장을 찾았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알릴레오현상이 발생한 거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향후 조국 장관 가족 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한민국 언론의 기이한 현상을 연구해야할 정도다.

권력 기관인 검찰을 감시해야할 언론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피의자로 둔갑시켜 언론을 흉기 삼아 휘드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알릴레오현상의 하이라이트는 김PB의 인터뷰 방송이 나간 후부터다. 지난 9일 오후 6시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를 통해 인터뷰내용을 공개했다. 

그 안에서 김PB는 그동안 검찰조사의 부당함, 일부 언론과 검찰과의 유착관계, 그리고 자신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점에 등에 대해 지적했다.

인터뷰엔 정 교수와 관련된 핵심 내용이 두 가지 정도가 담겨 있다. 정 교수가 사모펀드를 잘 몰랐다는 것과 조 장관 조카 조범동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거다.

또 다른 하나는 PB피비가 몰랐던 증거인멸 혐의 부분이다. 법을 잘 몰랐던 김PB는 단순히 컴퓨터 하드에 손을 댄 자체가 증거인멸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거다. 

방송이 나간 후 많은 국민들은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검찰의 수사관행과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인터뷰 내용에 등장하는 두 당사자인 검찰과 KBS도 발칵 뒤집혀진 상황으로 보인다. 

당연한 반응이다. 인터뷰 내용이 액면 그대로라면 그간 국민들의 귀와 눈을 속여 오며 기만했던 두 집단의 민낯이 만 천하에 드러나게 된 결과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검찰과 KBS를 비롯한 언론 동맹은 방송이 나간 후 본질을 왜곡하고 비틀어 또 다른 진실게임 양상으로 프레임을 만든다든 데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발 빠르게 먼저 움직인 건 역시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알릴레오 측이 이날 오후 6시에 방송을 예고하자 즉각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PB를 불러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긴급조사를 진행했다. 다분히 보복성 차원의 압력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김PB는 이 방송을 라이브로 보진 못했다 한다.

물론 검찰은 김PB 변호사 측과 협의 하에 정경심 교수의 노트북 확보 등을 위한 면담 형태의 소환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그간 검찰은 김PB를 120시간에 걸쳐 조사했고 김PB 사무실 역시 세 차례나 압수수색을 펼쳐 이미 들은 건 다 듣고 볼 건 다 봤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김PB가 검찰에 도착하니 검찰은 이미 유 이사장과 나눈 녹취록 전문 한글 파일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한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이 녹취록 원본은 김PB 변호사와 알릴레오 제작진 두 곳만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검찰이 변호사를 통해 입수해 더 이상 김PB가 인터뷰에 나서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후 녹취록은 곧바로 TV조선에 전달돼 밤샘 작업을 통해 10일 아침 방송을 타게 된다. 곧 이어 조중동 등 대부분의 언론들도 인터뷰 내용이 일부 편집됐다는 식의 각종 기사들을 쏟아냈다.

언론들은 '김PB가 알릴레오 인터뷰를 후회했다'고 하더라 식의 검찰발 보도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들 역시 사실이 아님이 곧 밝혀진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김PB가 검찰 조사 후 다음날인 10일 유 이사장과의 인터뷰에 대해 후회없고 편집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의 메시지를 공개해 언론들의 보도를 무색케 만들었다.

김PB는 오히려 언론과 검찰의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것에 만족까지 한다고 했다. 검찰과 언론이 새겨 듣고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알릴레오> 제작진이 10일 노무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의 메시지.

문제는 언론들이 하나같이 '알릴레오, 증거인멸 인정 부분 누락'을 제목으로 뽑아내며 또 다시 조국 장관 가족 물고 들어가기에 몰입한 모양새다.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자신들과 검찰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집중 부각시키려 한다. 이쯤 되면 검찰과 언론이 동맹을 맺고 공범 관계에 있었다는 부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제 국민들은 알릴레오와 KBS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을 통해 혹시나 했던 검찰-언론 동맹의 실체를 확인하게 됐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KBS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자 KBS 보도국 간부가 보직사퇴를 선언하는 등 내부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김경록 인터뷰'로 논란이 된 법조팀을 지휘하는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보직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 부장은 김PB의 인터뷰 취지를 왜곡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오히려 정경심 교수를 향해서 자산관리인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이사장을 향해서는 '진영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아직도 KBS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김PB는 또 KBS와 유 이사장 양측과의 인터뷰에서 모두 조 장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이런 건 모두 애써 못 본 채하며 한국당은 "유시민의 전지적 참견이 도를 넘고 있다"며 애매한 유시민 공격에 나서고 있다.

관심 있는 국민들은 녹취록 원문을 통해 악의적 편집을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을 것이다. 또 '다시보기'로 KBS 뉴스 9월 11일, 12일 해당 뉴스도 봤다.  

한 마디로 KBS는 김PB의 인터뷰를 이용해 '조국 죽이기 이용했다. 조국에 대한 KBS 법조팀의 보도가 줄곧 편향된 '검찰발' 뉴스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 이 책임을 KBS가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직까지 버티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왜곡을 넘어 악의적으로 편집된 보도들에 대해 원망과 함께 저주에 가까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와 언론들은 김PB가 왜 제도권 언론들을 제치고 유 이사장을 찾아가 동일한 인터뷰를 토로하듯 기자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털어놨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김PB가 검찰의 조사를 받는 피의자라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검찰에 다시 확인하고 정 교수에게 유리한 내용은 쏙 빼놓고 검찰 입맛에 짜 맞춰 조국 가족 죽이기 선봉에 서 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검찰 목소리만 대변해온 그들이 무슨 정당한 인터뷰 기사라고 저렇게 항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보도 내용은 최소한 정교수가 법에 저촉된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 강화시켜주는 보도를 했다는 거다. 

다행히도 KBS 일부 기자들은 내부 게시판에서 자사 법조팀의 기사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그간 언론의 왜곡보도들을 팩트체크 해왔던 시민들은 언론들이 김경록이 아닌 가상의 '제2의 김경록'을 만들어 그들 입맛대로 "한투직원에 따르면"이라고 보도해 왔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조국가족 사기단'이란 밑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을 억지로 완성시켜 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조 장관 동생 구속도 실패하고 정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등에 관련된 혐의 입증도 어렵고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검찰로선 다급해 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검찰발로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김PB의 정 교수 하드디스크 증거인멸 혐의 부분역시 검찰의 다급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시간이 넘도록 증거인멸이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한 가운데 김PB는 '난 아닌데 그게 그런 거라면 그게 증거인멸인가보다'가 자백으로 언론들에 보도된 셈이다.

이 대목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푸쉬킨의 대위의 딸 중 '피고의 범죄 부인이 그의 무죄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면, 그의 자백은 더더욱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구절을 인용해 검찰에 새겨들으라고 당부했다.

유 이사장은 또 알릴레오 인터뷰를 윤석열 총장에게 '헌정'하고 싶다고 했다. '헌정'은 윤총장이 검사들에게 보고받았을 때 느꼈던 김PB 모습과, 증언으로 받는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판단해보란 당부였다.

그만큼 현재 검찰의 수사가 심각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에 대해 윤총장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검찰은 이제 밑그림대로 더 이상 그림이 안 그려진다면 과감하게 털고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오히려 유시민 이사장 등 조국 장관 일가 수사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들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간 우익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가짜뉴스 진원지 유튜브 등에 대해선 수사에 뜸을 들이던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이어 자신들을 비판하는 곳에 대해선 입을 닫게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주말마다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왜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라고 외치는지도 새겨봐야 한다.

오늘(12일) 서초동 일대에서는 검찰과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아홉번째 촛불 집회가 또 열린다. 

이번 집회에는 '최후통첩'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주최 측은 이번 9차 집회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다시 모인다'면서 검찰개혁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오늘 집회에는 앞서 열린 8차례 집회를 웃도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수백만의 시민들이 "진실보도, 기레기 아웃"이라고 외치는 함성과 김PB가 KBS와 제도권 언론을 믿지 못해 유튜브 방송을 찾은 이유를 깊이 새겨봐야만 한다. 그게 이번 알릴레오현상이 주는 교훈이란 얘기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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